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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돌들이 소리지르리라 - 진명행, 『조선 레지스탕스의 두 얼굴』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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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서적 '조선 레지스탕스의 두 얼굴'(진명행 저)에 대한 이승만학당 주익종 이사의 논평입니다. 주익종 이사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취득 후 하버드대학교 방문연구원을 거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을 역임했습니다. 저서로 『대군의 척후』와 『반일 종족주의』(공저) 등이 있습니다.

 


우선, 저자가 온갖 난관을 뚫고 역사연구서를 출간한 것을 축하합니다. 학계의 역사전공 연구자가 아니고 일반 직장인인데, 역사 공부를 20여 년간 해왔을 뿐 아니라, 그를 책으로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저자가 그를 해낸 것을 상찬(賞讚)합니다.

 

 

역사 공부의 핵심은 새로운 역사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사실들을 새로 밝혀야 하고 또 그것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사료에서 조각조각의 새 사실을 찾는 일은 지루할 뿐 아니라 잘 되지도 않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조각조각 사실들을 엮어서 새 역사 스토리를 만드는 것인데, 이는 한층 더 어려운 일입니다. 핵심 연결고리에 해당하는 사실 조각이 없어서 아예 스토리를 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구슬 몇 개는 있지만 꼭 필요한 구슬이 없어서 구슬 목걸이를 만들지 못하는 것 말입니다.

 

저자 진명행씨는 조각조각의 새 사실들을 풍부하게 찾아냈을 뿐 아니라, 그것들을 잘 엮어서 명확한 역사 스토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이 숭앙하는 근현대사 위인들의 흑역사입니다.

 

민비가 뮤지컬 「명성황후」가 보여주는 국모가 전혀 아니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지적되었지만, 구한말의 화적 떼가 의병으로 둔갑했다거나 이준, 이상설, 이위종 등 헤이그 밀사는 고종이 파견한 것이 아니라 밀사 사칭인이라는 것, 청산리 대첩이나 봉오동의 대승, 대전자령 전투는 없었다는 것, 홍범도는 자유시 참변의 공범이자 공산주의 변절자라는 것, 이동휘는 레닌에게 백군과의 내전에 한국 독립군을 제공하기로 하고 200만 루블을 받아 횡령했다는 것, 안중근의 이토 저격은 합당한 거사 이유를 대기 힘든 충동적 행위였고, 그가 명분으로 삼은 이토의 열다섯 가지 죄상이나 동양평화론은 수감 후 급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김구는 다수의 반대파나 비협조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거나 암살한, 폭력 성향의 인물이라는 것, 오늘날 좌익이 숭상하는 여운형 역시 일제말 전향과 변절을 한 기회주의적 인물이라는 것, 이봉창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김구의 야욕에 의해 희생되었다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모두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인데, 진명행씨는 다수의 기존 연구와 1차 사료(주로 일본 측 자료)를 활용해서 새 역사 스토리를 구성했고, 이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진명행씨가 보여준 새 역사 스토리는 현 한국사학계의 국뽕 배일(排日) 사학, 자신의 역사를 찬란, 유구한 것으로 미화하고 그 안의 잘못과 실패는 모두 외세 탓, 일본 탓으로 돌리는 역사학에 대한 통렬한 비판입니다. 한국사학계는 그간 김구, 홍범도, 이봉창, 김원봉, 조봉암 등을 한국사를 발전시킨 주체적 인물로 숭상해 왔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12년 선보인 두 편의 「백년전쟁」 영상(하나는 ‘두 얼굴의 이승만’, 다른 하나는 ‘프레이저보고서’)에서 제작진은 김구, 윤봉길, 여운형, 안중근, 장준하 등을 외세협력자(콜라보,collabo)에 대항한 레지스탕스라고 상찬했는데, 진명행씨는 이들의 추악한, 비열하고 비루한 민낯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책 제목 ‘조선 레지스탕스의 두 얼굴’도 아주 잘 붙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상 국뽕 배일 사학에 대한 비판 작업은 학계에서, 우파 역사학자나 정치학자, 사회학자가 했어야 마땅한 일입니다. 그간 이 한국사학계에 대한 비판은 주로 경제사 연구자들(안병직, 이영훈 등 이른바 낙성대경제연구소 그룹)이 해 왔습니다. 낙성대그룹은 경제사 분야에서는 한국사학계가 넘볼 수 없는 업적을 구축했지만, 전공 특성상 정치사 분야까지 진출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독립운동사 분야는 손대지 못했습니다. 우파 성향의 역사학자나 정치학자가 몇 명 있지만, 그중 누구도 독립운동사 연구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좌파는 친일 협력자 프레임으로 이승만, 박정희를 무너뜨렸지만, 우파는 김구와 여운형에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의 좌파 역사학의 득세입니다.

 

우파 사학자나 정치학자가 마땅히 했어야 할 일을 진명행씨가 한 것입니다. 성경 누가복음 19장에 보면 "돌들이 소리지를 것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과정에서 예수의 제자들이 기뻐 찬양하는 것을 보고 바리새인들이 제자들을 책망하라고 하니, 예수께서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라고 말씀한 바가 있습니다. 한국 역사학의 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봅니다. 국뽕 배일 사학에 대해 역사학이나 정치학 분야의 학자들이 아무 것도 안하고 침묵하니, 진명행씨가 연구서를 낸 것입니다. 돌들이 소리지르기에 이른 데 대해서는, 우파 학자들의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논평자 본인도 포함).

 

 

다만, 이번 책에서 중요한 인물과 사건들을 너무 많이 다루다 보니, 정확 충실한 사실 제시가 되지 않거나 설명이 비약한 부분도 좀 있는 듯합니다. 몇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① 이준 등 헤이그 밀사가 특사위임장과 친서를 위조한 밀사 사칭인이었다고 하고 그 근거로 찍힌 어새가 진본 어새와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일본 측 외교문서에 ‘사칭 한국 사절’로 언급된 것 등을 들었습니다(책 74~79쪽). 설명 자체는 수긍하지만, 고종이 보낸 게 아니라면 이준 등은 왜 러시아를 거쳐 헤이그까지 가는 그 멀고 어려운 여정에 나섰는지, 또 고종은 왜 자신이 보내지도 않은 밀사 건 때문에 황제 자리에서 물러났는지가 설명되어야 합니다. 고종은 권력의지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강한 인물이죠. 그런 그가 헤이그 밀사사건에 책임이 없는데도 자리에서 물러났을까요.

 

② 김원봉 의열단의 1923년 봄 제2차 대규모 암살파괴 공작과 관련하여, 저자는 자금이 끊긴 김원봉이 고려공산당 이르쿠츠크파를 끌어들여 소련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하고 이때부터 김원봉과 의열단이 본격적인 공산주의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고 썼습니다. 이 테러는 독립운동이 아니라 공산주의를 선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부연했습니다(책 177~178쪽).

하지만 활동비로 소련의 돈을 받기는 했으나 김원봉과 의열단이 공산주의로 돌아선 것은 아니었습니다. 의열단은 1923년 봄의 거사 실패 후 자금 결핍으로 1924~25년의 2년간 활동을 중단하고 칩거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열단은 1926년 초에 파괴 암살 노선을 포기하고 중국 장개석의 북벌 혁명에 참여키로 결정합니다. 김원봉 등은 1926년 1월 황포군관학교 제4기생으로 입학하고 이후 국민혁명군의 북벌에 참여합니다. 의열단은 1927년 4월 장개석의 반공 쿠데타(국공합작 결렬)와 국민당-중공당 간 투쟁 때 많은 단원을 잃고, 결국 1928년 초 상해에 귀환해서 새 길을 찾는데, 그때 1929년 봄에 북경에서 제3차 조공 출신 안광천과 교유하면서 공산혁명 요원 양성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레닌주의정치학교를 개설하여 1930년 4월부터 1931년 2월까지 21명의 혁명 요원을 양성해서 공장과 농민 속에 침투시키는 김원봉의 의열단은 1928~1929년에 공산주의에 빠졌다고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③ 이봉창, 윤봉길 의거 후 김구가 중국 국민당을 비롯한 여러 단체의 후원을 받게 되는데, 윤봉길 거사 후 김구가 동북의용군후원회로부터 28,000달러를 수령했다고 쓰고는, 또 김구가 윤봉길의 테러 직전 이리저리 도피 잠복을 했는데 동북의용군 후원회로부터 수령한 돈 28,000달러의 절반인 1,500원을 은둔지의 관헌을 매수하는 데 사용했다고 썼습니다.(163쪽) 윤봉길 의거 후 28,000달러를 받았는데, 의거 전 도피잠복을 하면서 그 돈의 절반을 썼다고 하니 맞지 않습니다.

 

④ 해방정국에서 김구와 이승만이 좌익인사들을 테러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었고 실행에 옮긴 바 있으며, 또 김구, 김규식, 이승만은 좌익에 맞서도록 미군정으로부터 3억엔의 차관을 받도록 협약을 맺었다고 썼습니다(194~195쪽). 그러나 평생 테러를 일삼은 김구와 달리 이승만은 테러에 가담하거나 그를 지지한 일이 없습니다. 3억엔이란 자금 규모도 터무니없이 큽니다. 이렇게 쓴 근거자료는 소련측 정보보고 문서인데, 사료 비판 없이 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한편, 만보산 사건으로 반일 여론이 고조되었다는 설명이 몇 군데 나오는데(163쪽, 220쪽 등), 만주사변이라 했어야 맞지 않나 합니다. 만보산 사건은 조선 농민의 만주 진출에 따른 조중 농민간 충돌인데, 중국인들 사이에 반한, 반조선 여론이 생겼을 것이지, 반일 여론은 아닙니다.

 

수정 내지는 보완되어야 할 곳이 여럿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큰 흠은 아닙니다. 첫 숟가락에 배부를 수 없고, 이런 흠(?)을 상쇄하고도 남는 장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든지 더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노쇠해 가는 낙성대그룹에 이은 2세대 정통파 역사가의 데뷔를 환영하며 제2, 제3, 제4의 진명행이 계속 나오길 고대합니다.

 

 

* 외부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주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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