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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말과 사상] (14) 법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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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법의 지배; Rule of Law)는 자유주의의 유서 깊은 정치적 이상이라는 걸 직시해야 한다. 법치란 법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원칙이며 법이 지녀야 하는 일반적 속성에 관한 것이다. 그런 법치의 해석이 중요한 건 오늘날 법치를 ‘법에 따른 통치’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입법부가 정한 것이면 무엇이든 법이고 그런 법에 따라 통치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날 이해하고 있는 법치다. 악법을 통해 다스리는 것도 법치라고 말할 수 있다. 히틀러 나치즘 시대에서 악명이 높았던 수권법처럼, 법이 정부에게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무제한의 권력을 부여한다면 정부가 수행한 모든 것은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데 이는 온당치 못하다. 

 

자유주의의 정치적 이상에서 법치란 법이 법다우려면 그것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뜻한다. 그 조건을 찾기 위해서는 자유주의가 중시하는 '자생적 질서'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민경국의 말과 사상 (13) 참조). 이는 인간행동으로부터 생겨나지만 계획해서 만든 질서가 아니다. 인간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투입하여 행동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서로 다른 행동들이 스스로 조화롭게 조정되는 질서다. 

 

 

대표적인 예가 시장의 분업체계다. 자동차 생산을 위해서는 유리생산업자, 타이어제조회사, 철강회사, 반도체 회사 등 수없이 많은 생산업자, 그리고 필요한 물자를 나르는 소송업자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 생산·수송업을 국가가 특정인에게 지정하는 게 아니라 개인들 각자가 마땅하다고 여기는 업종을 스스로 선택한다. 그들은 각각 협상과 계약을 통해서 자동차 생산업자와 협력한다. 협력관계를 질서라는 말로 표현한다.   

 

자생적 질서의 사회적 관계에서 지배와 복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질서에는 신분, 종교, 출신, 성별, 동성애자, 히피, 빈부 등 어느 것도 차별하지 않는다. 시장사회에는 어떤 특권도 없다. 귀족 신분도 없으며, 종교적 소수파에 대한 차별도 없다. 이런 의미에서 평등의 원칙이 지배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사람들이 타인들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질서가 형성되는 건 모든 구성원이 공동으로 특정한 성격을 지닌 행동규칙들을 지키기 때문이다. 행동규칙은 국가는 물론 누구에게든 차별이 없이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보편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또한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복잡한 거대사회에서는 구체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행위 지침을 일일이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행동지침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추상적 행동규칙이 지배하기 때문에 국가의 계획과 규제가 없이도 의미 있는 분업·협력이 가능한 질서가 형성된다. 그런 성격의 행동규칙의 예를 들면 인격과 소유 존중, 자발적 교환, 정직성, 자기 책임, 법 앞의 평등과 같은 도덕적 기본원칙이다. 이는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개인의 자유 영역을 형성한다. 

 

법치란 법 규칙으로 하여금 보편성과 추상성을 갖게 하고 그런 법을 집행할 때 이용되는 강제만이 정당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원칙이다. 

 

 

(1)보편성: 이는 법은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평등성을 의미한다. 법적 특혜, 금융·조세특혜 등 특혜는 금지된다. 특별한 계층·집단·산업에 대한 국가의 법적 특혜가 없는 상황이다. 법의 평등은 미지(味知)의 사람들의 기회도 똑같이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후세대의 부담을 요구하는 국가의 채무는 보편성 원칙에 어긋난다. 세월호법, 5.18 민주화법, 특별소비세법 등도 특별법의 성격이 있다.  


내(내편)가 하면 로맨스요 남(네편)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 등도 신분적 평등을 의미하는 법치의 위반이요 그에 따른 입법, 즉 차별적인 내용을 지닌 것은 법이 아니다. 신분의 평등성은 특정 개인이나 그룹을 끄집어내어 그들에게 특수한 권리와 의무를 부여했던 신분 사회를 붕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추상성: 법다운 법은 특정한 장소·시간·행동동기 등과 독립적이어야 한다. 유독 강남지역의 집값만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강남지역에서 집을 구입하기 위한 대출 금지 법은 법이 아니다. 법다운 법은 탈 목적적이다. 법은 특정한 집단 목표와 독립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예를 들면 소득분배, 자원 배분 등 시장의 결과를 바꾸는 입법은 법이 아니다. 법다운 법은 특정한 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지될 행동은 자유 재산 인격을 침해하는 행동이다. 금지되지 않은 행동은 얼마든지 허용된다. 

 

최저임금제, 임대료 상한제, 수수료규제, 가격규제 등은 법다운 법이 아니라 처분적 명령이다. 이런 행동규칙은 허락된 행동 이외에는 다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규제는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혁신도 없다. 개인 자신이 가진 지식을 이용할 수도 없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개발하고 실험할 자유도 없고 동기도 소멸한다. 오로지 시민들은 정부의 엉터리 지식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그들은 정부의 시녀나 노예가 될 뿐이다 

 

 

자유주의가 법치를 중시하는 이유가 있다. 국가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를 막아서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입법자에게는 입법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보편-추상적 성격을 가진 법은 개인들에게는 자신의 계획과 행동의 방향을 잡아주는 일종의 차트다. 이는 적극적으로 특정한 행동을 지정,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될 행동을 밝혀준다.  법은 목수(木手)의 원칙과도 같다. 그의 건축기술은 병원을 건축하든 주택을 건축하든 관계없이 모든 건축에 적용하기가 가능하다. 

 

법다운 법이야말로 개인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의 가격처럼 말이다. 법은 실체적 목적과 독립적이기 때문에 다목적 수단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법은 거래를 쉽게 하는 상호작용의 언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로써 개인들의 상이한 목적과 행동이 국가의 규제가 없이도 자생적으로 평화롭고 조화롭게 조정된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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