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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경제철학 향연] (13) 작은 정부론 선도한 밀턴 프리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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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점심은 없다

 

프리드먼(M. Friedman; 1912-2006)이 누구인가를 모른다고 해도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을 들으면 그의 사상을 짐작할 수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그의 말은 고전적인 명언이다. 주목할 것은 그의 다음과 같은 명언이다. 즉, “사하라 사막의 관리를 정부에 맡겨보라. 아마도 5년 안에 모래가 바닥날 것이다.” “정부는 값비싼 종이와 잉크를 사용하지만, 이들을 이용해서 만들어 낸 결과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 “경영이 어려워지면 기업은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를 축소하지만 정부는 기구를 더 늘린다.” 이 말들은 정부행동의 비효율성과 낭비를 정확하게 지적한, 그래서 정부의 역할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작은 정부론’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들이다.

 

19세기 말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프리드먼은 소년 시절에 아버지를 잃었고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공부해야 했다. 프리드먼은 공교롭게도 1776년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지 200년이 지난 197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입지전적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자유시장은 번영의 거대한 엔진이며 빈곤과 억압으로 신음하는 세계의 희망이라는 프리드먼의 비전은 우리의 흥미를 끈다. 자유시장이 보장된 곳에서만이 자유와 평등을 향유할 수 있으며, 규제와 간섭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빈익빈 부익부가 만연하고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그의 논리도 매력적인 자유시장 비전이다. 자유시장이야말로 대기업의 경제력 문제도 스스로 해결하기 때문에 두려워할 것은 사적 권력이 아니라 국가권력이라는 그의 주장도 흥미롭다. 이는 오늘날 우리의 정치권이 경제민주화의 명분으로 쏟아내는 대기업 규제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의 성장만을 방해할 뿐 실익이 없다는 뜻이다.

 

케인스주의와 맞장을 둔 프리드먼의 깨끗한 승리

 

프리드먼의 트레이드마크는 케인스주의와 대결 과정에서 개발한 화폐이론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 현상'이라는 유명한 인식과 함께 화폐가 고용과 성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 사실에서 재량적인 경제개입 가능성과 이로 인한 자유의 위태로움을 보았던 프리드먼은 국가권력의 증대를 불어오는 정부의 재량적 통화정책 대신에 준칙주의 정책을 제안했다. 그런 준칙을 통해서 정부의 통화권력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통화당국의 법적 독립성만으로는 재량적인 통화정책과 이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통화주의 이론은 1970년대에 케인스의 정책 때문에 야기된 스태그플레이션을 깔끔하게 해결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정부지출 비중이 높을수록 실질 성장이 낮다는 그의 생각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 영국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케인스의 영감을 얻어 정부지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견인하려고 했던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낮고, 독일, 스위스, 스웨덴 등 공공지출을 줄이는 나라의 성장률은 높았던 우리의 생생한 경험은 그의 생각이 적중했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프리드먼 사상은 금융통화나 정부지출에 머물지 않았다. 1960년대 이후에는 자유와 책임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창조적으로 고안하여 이를 미국에 도입하려고 열정적으로 노력했다. 예를 들면 학교 선택권을 존중하는 제도로서 국공립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비 일부를 지원하는 바우처 제도, 누진세보다 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단일세율 제도 등의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다.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통한 복지제도 개혁, 사회보험의 민영화 그리고 자유를 통해서 국가안전을 개선하려는 모병제 등 모두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제도이다.

 

오늘의 철학은 내일의 상식이 된다

 

프리드먼이 제안했던 1960년대는 그런 제도들이 매우 급진적인 철학처럼 보였다. 시대착오적이라고 배척당하거나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학계의 놀림감이 되기도 했다. 그 누구도 그의 제안들이 실현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제안들은 실제로 도입되어 미국의 정치형태를 바꾸었고 그래서 오늘날 일종의 상식이 되었다. “오늘의 철학이 내일의 상식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프리드먼 사상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정부의 시장개입과 정부지출이 번영을 위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빚을 내서라도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사상이 지배하던 시기의 산물이다. 이 시기에는 정치적 자유가 경제적 자유보다 우월하다고 여기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경제 자유는 제한해도 된다는 믿음이 지배했다. 그는 지칠 줄 모르는 토론과 다수의 통념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빈틈없는 논리와 분명한 태도로 집단주의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그의 사상적 영향은 미국 사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국제적이었다. 1980년대 후반 자오쯔양(趙紫陽) 중국 총리가 자국의 개혁과 개방에 확신을 갖게 된 것도 그의 조언과 격려 덕분이었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의 단일 소득세율 도입, 스웨덴이 공적연금을 사적연금으로 개혁한 것과 그리고 교육에 바우처 제도의 도입도 그의 사상적 힘이었다. 그의 자유시장 비전은 빈곤과 인플레이션으로 허덕이던 칠레를 구출했다. 이와 같이 프리드먼의 자유주의 비전은 세계를 변화시켰다. 사상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말해주는 증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프리드먼이 없었으면 지금의 세계는 훨씬 암울했을 것”이라고 기사화했다. 프리드먼은 시대를 앞서간 자유주의 사상의 정신적 지주였다.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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