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후원안내

[민경국의 경제철학 향연] (12)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를 노래한 케인스

URL복사

 

 

 

"우리는 모두 장기적으로 죽는다"

 

'왜 당신은 생각이 단기적이냐'라고 어느 한 사람이 핀잔 섞인 말로 물었다. 이에 대하여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는 말로 응수한 한 사람이 영국출신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다. 그 말은 우리는 결국 늙어 죽으니까 젊어서 마음껏 놀아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 도덕은 우리가 인지할 수 없는 먼 장래를 다룬다. 그래서 도덕에 대한 비웃음은 순간적 쾌락의 중시와 미래의 경시를 의미한다.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는 의사결정을 중시하라는 뜻은 시장경제 원칙을 버려도 좋다는 의미다. 그 효과가 장기간이 지나야 나타난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말은 번영의 원천은 자유시장이 아니라 정부라는 간섭주의 믿음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건 그런 말을 했던 배경이다. 러시아 출신 미모의 발레리나와 결혼했고 동성애도 즐겼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블룸즈버리 그룹(Bloomsbury Group)의 핵심 멤버였다. 그 그룹은 독립심, 절약정신 등, 도덕을 전적으로 부정하고 그 대신에 쾌락적이고 현재를 중시하는 집단이었다. 케인스가 성장하던 시기는 청교도적 도덕을 중시하는 빅토리아 시대였다. 게다가 그는 청교도적 가정출신이었다. 그런 그가 빅토리아 시대의 청교도적 도덕을 부정했던 것이다.

 

소비는 미덕, 저축은 악덕

 

케인스의 경제관을 또렷하게 말해주는 게 소비가 선(善)이라는 그의 주장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기 때문에 저축한들 소용이 없고 소비가 중요하다는 믿음을 기초로 하여 자본주의를 이해했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것은 결국 저축은 악(惡)이라는 뜻인데, 그 이유는 국민 전체의 소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상품은 팔리지 않을 테고 기업은 감원하여 실업도 늘고 국민소득은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절약의 모순'이라는 멋진 말로 표현했다. 그러니까 돈이 생기면 족족 쓰는 것이 고용을 늘리는 일이요 애국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돈을 멋대로 쓰면 우리를 기다리는 건 카드회사의 영수증뿐이다.

 

 

케인스는 절약의 모순을 너무 쉽게 인정한 나머지, 저축이 늘어 소비수요가 줄어들면 자본재 생산, 즉 투자의 증가가 가능하다는 것을 무시했다. 직시해야 할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일자리가 많은 산업분야는 부품, 설비, 소재산업 등 소비재 시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여러 단계의 자본재 시장이다. 저축이 없으면 형성될 수 없는 게 자본재 시장이다. 저축의 모순이라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소비재생산에서부터 자본재 생산단계, 원료채취 단계 등 일련의 길고 복잡한 자본주의적 생산단계를 설명하는 자본이론이 필요한데, 유감스럽게도 케인스에게는 전혀 그런 이론이 없다.

 

번영을 이끄는 게 정부다?

 

케인스는 자본주의는 전체노동을 흡수할 만큼의 유효수요가 부족하기에 실업과 불황이 필연이라고 진단하고 그 해법은 총수요(소비와 투자)를 관리할 정부의 강력한 힘이라고 역설한다. 민간투자를 부추기기 위해서 이자율을 내리라고, 소비성향이 강한 저소득층의 소비지출을 증대하기 위해 양육수당, 풍부한 복지급여 등 복지와 분배의 평등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소득주도성장도 그런 믿음에서 나온 것이다. 균형예산을 지키지 말고 빚을 내서라도 정부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케인스는 번영의 원천은 자유시장이 아니라 정부라고 확신했다.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그의 정부관(政府觀)이다. 그는 예산을 짜고 나랏돈을 쓰고 법을 만드는 정부사람을 공공이익을 위해 헌신하는, 그리고 지적으로도 탁월한 엘리트라고 믿었다. 정부는 판단이 뛰어나고 오류도 범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를 그렇게 믿고 재량적인 권력을 허용할 경우, 정부의 비대화로 기업과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이 침해되며 이후 기다리는 것은 경제침체와 동시에 인플레이션이라는 것을 간과했다.

 

케인스의 넥타이를 맨 사람들

 

대공황으로 미국은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그런 위기는 독일 등 유럽에도 파급되었다. 이런 참혹한 경험을 한 인류는 구세주로 케인스를 소환했다. 그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많은 국가들이 완고용법 또는 경제 안정법을 제정했다. 성장과 안정을 위한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 2항도 케인스의 영향이다. 루스벨트에서 닉슨에 이르기까지 모두 케인스의 넥타이를 맨 정치가들이었다. 한때 학계의 대부분은 케인스의 추종자들이었다.

 

 

케인스의 처방이 대공황을 극복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공황은 유효수요의 부족에서 야기된 것이 아니라 방만한 통화팽창의 필연적 결과였다는 것, 그리고 뉴딜 정책은 대공황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황을 대공황으로 악화시켰다는 것이 신(新)경제사학의 확고한 인식이다. 세계 대공황 이후 세계의 이목(耳目)은 케인스에게 집중했지만 그의 사상은 기대만큼 성과가 없었다. 정부지출만을 증대하면 실업과 불황에서 경제를 살려낼 수 있다고 장담하던 그의 사상 때문에 1950년대 이후 유례없는 세계적 인플레이션과 실업과 경제침체를 겪어야 했다.

 

결국 케인스의 사상이 남겨놓은 것은 나라의 빚더미뿐이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대영제국을 국제금융기금(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수모를 당하게 만든 게 케인스였다. 케인스를 대체할 새로운 구원투수가 필요했다. 그가 바로 하이에크가 아니었던가! 1980년대 이후 그런 침체에 빠졌던 영·미경제는 물론 세계경제까지도 구출한 건 그의 자유주의 사상이었다는 걸 우리는 주지해야 한다([민경국의 경제철학 향연] (10) 자생적 질서 사상의 선도자 하이에크 참조).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

관련기사

1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정치

더보기
김일성 회고록 두번째 판매금지 가처분소송... 시민단체 "자유를 파괴할 자유는 없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금지 가처분소송을 조속히 인용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단법인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NPK)는 2021년 4월 2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판매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해당 재판부(박병태, 인진섭, 권경선 판사)는 5월 13일 이 신청을 기각했고, 이에 NPK는 즉각 항고했다. 이후 사단법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한 납북자 가족들은 2021년 5월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다시 '세기와 더불어'에 대한 판매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도태우, 문수정, 이명규 변호사가 지난번과 같이 소송대리를 맡았으며, 새롭게 제기된 가처분 신청에 따라 22일 오후 3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다시 가처분 심문기일이 열리게 되었다. 심문 기일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도 변호사는 "지난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문은 신청인들에게 민사 가처분이 요구하는 개인적 구체적 권리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고 밝히며, "이미 일반 판매가 일부 이루어진 상황에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김일성 회고록 일반 판매를 합법화하는 결과

국제

더보기

경제

더보기
현대차그룹,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완료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더워드뉴스 편집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 전문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완료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본계약 체결 이후 인수 절차를 모두 마치고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이번 거래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가치는 약 11억달러로 평가됐다. 인수 결과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소프트뱅크그룹이 20%를 보유하게 됐다. 로봇 시장은 서비스, 인명구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수요와 센서, 모터 등의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급성장해왔으며, 향후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발전과 함께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신사업을 통해 인류를 위한 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고객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을 제공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물류 로봇, 안내 및 지원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입을 위한 자율주행(보행), 로봇팔, 비전(인지/판단) 등의 기술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