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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경제철학 향연] (11) 경제학이 법을 만나게 한 로널드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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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세까지 장수한 자유주의자 코스

 

경제학은 법과 따로 놀고 있었다. 경제학은 법을 바라만 보고 자신의 운동장으로 끌어들여 함께 놀지 못했다. 법은 경제학과는 아주 거리가 먼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을 깨고 경제학의 놀이터로 법을 끌어들이게 한 인물이 있었다. 그가 로널드 코스(Ronald Coase: 1910~2013)였다. "경제학이 법을 만나다!" 그의 연구결과를 보고 사람들이 외친 한마디였다. 이 만남은 법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이 공로로 그는 199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코스가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은 무엇보다도 ‘외부효과’의 문제이다. 외부효과의 가장 흔한 예는 매연을 배출하는 기업이 인근에 사는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현상이다. 외부효과의 해결을 위해 전통경제학에서는 정부가 개입하여 원인자인 기업에게 세금을 부과하거나 규제를 가해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우게 한다. 그러나 103세까지 장수한 코스는 그런 해법을 간섭주의라고 반대한다.

 

코스의 핵심철학은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환경에 주인(主人)이 없기 때문에 그것을 남용하여 생겨나는 현상이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환경에게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해법은 일방적으로 원인자(기업)에게 책임을 돌리는데, 이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외부효과는 “상호적”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애연가는 흡연으로 옆에 있는 비흡연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애연가는 비흡연자 때문에 흡연을 못 하여 괴롭게 되면 이것도 흡연자가 당하는 외부효과로서 피해라는 뜻이다.

 

시장을 통한 환경문제의 해법

 

만약에 주민에게 환경권(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을, 공장에게 오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한다면, 그래서 주민이 환경의 주인이 된다면 조세나 규제를 통한 정부개입이 필요없다는 것이 코스의 입장이다. 거래비용이 높지 않다면 기업과 주민사이에 권리의 거래를 통해서 자발적으로 공해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스의 정리’로 잘 알려져 있듯이, 거래비용이 높지 않다면 국가가 환경권을 주민에게 허용하든 혹은 오염을 배출할 권리(오염배출권)를 기업에게 주든, 다시 말하면 누가 환경의 주인이 되든 자원배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러나 거래비용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정부가 주민에게 환경권을, 아니면 기업에게 오염배출권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자원배분이 효율적일 수도,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누구를 주인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

 

코스는 상호적으로 외부효과를 발생하는 두 가지 행동(오염배출, 깨끗한 공기의 이용)이 초래하는 전체경제적인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여 두 행동 가운데 가장 높은 편익을 보장하는 행동을 하는 측에게 환경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당시에서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코스는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평화를 보장하는 시장경제와 법질서의 묘미를 밝히기 위해서 재산권과 법, 조직, 제도 등 종래의 경제학이 다루지 않았던 신천지를 독특한 시각과 통찰력으로 개척했다. 그 신천지가 법경제학이다. 그가 20세기 가장 영향력이 큰 경제학자의 대열에 우뚝 서게 된 것, 그가 그 분야의 리더로 급부상한 것도 그런 신천지의 개척 때문이다.

 

오염배출권거래제도는 코스에서 비롯된 것

 

코스는 법과 경제학의 만남의 오묘함을 탐구하고 그 결과를 보급하기 위한 노력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법경제학 저널》의 편집을 맡으면서 법경제학의 사상을 확립하고 이를 확산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 저널은 주로 법집행, 반독점, 환경법 그리고 법경제 일반 등 경제학자와 법률가들에게 연구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매우 유명한 저널이다. 코스의 경제사상이 현실 정치에도 얼마나 영향이 큰가는 환경정책이 입증한다.

 

재산권설정을 통한 환경정책은 그의 주요정책 어젠다이다. 독일의 루루강, 우퍼강 그리고 엠셔강 등 강 유역의 주민들로 구성된 협회에게 강물에 대한 집단적 재산권을 부여하는 독일의 제도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제도는 강물을 오염시켜야 할 경우 회원권을 구입하게 하고 강물정화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연료소비에 일정률의 세금을 부과하여 깨끗한 대기의 사용자에게 대가를 받아내는 제도, 바닷물이나 강물을 사용하는 기업들로부터 물 사용료를 받는 제도 등, 환경사용료 제도도 코스의 사상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오늘날 유명한 오염배출권 거래제의 핵심도 코스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염배출권에 정부(또는 특정단체나 국제기구)가 특정오염물질의 배출 총량을 정한 후 오염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민간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 권리의 소유자만이 오염물 배출이 가능하다. 그 권리는 소유자들 사이에서 자발적 계약을 통해서 매매가 가능하다.

 

오늘날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의 규모를 보면 그 제도가 매우 크게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2005년에 105억 달러였다가 2007년에 600억 달러 그리고 2009년 1,437억 달러, 2011년에는 1,760억 달러로 증가일로에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 세계탄소 배출권 시장규모는 3조 5,00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20배나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실시되고 있는 정책 어젠다를 보면 코스를 환경정책의 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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