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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말과 사상] (11) 공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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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주의는 키케로 이래 사적인 것과 대비하여 공적인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공화주의가 일인지배의 전제정치를 반대하는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현대사회에서 공화주의가 등장한 배경이다.

 

20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의 역사를 존 로크의 자유주의 전통 대신에 공화주의로 해석해야 한다는 수정주의 운동을 만날 수 있다. 이 운동의 중심된 가치는 공공이익을 확립하기 위한 시민들의 정치참여(존 포칵)와 공익을 위한 헌신(거든 우드)을 뜻하는 시민적 덕성(Civic Virtue)이다. 수정주의는 이 두 가지 가치를 통해서 미국 역사를 다시 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세기 말 공화주의에 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는데 그 중심에는 고대 로마의 공화정의 재발견(윌리암 페팃)이었다. 로마가 자유와 법을 중시했다는 이유에서다. 로마인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법에만 복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간단한 역사적 개관을 통해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화주의를 구성하는 원칙이다. 그 원칙은 자유, 정치참여, 공공이익, 시민적 덕성이다. 흥미로운 것은 자유 개념이다. 지배가 없는 상태를 자유라고 한다. 그런 자유 개념을 시장에 적용한다면 흔히 말하는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있다고 하면 그런 기업에게 투자생산 또는 입지선택과 같은 자유로운 행동을 법적으로 제한해야 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풍요로운 번영을 안겨주는 기업가적 정신을 위축시킬 뿐이다.

 

 

공화주의에서 재산권은 타인의 지배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전제조건이지만 재산의 불평등은 지배로부터의 자유를 제약하기 때문에 재산의 신성한 불가침적인 대상이 아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언제든 재산의 사용과 처분 그리고 재산의 사용에서 생겨나는 이익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 가능하다.

 

공화주의는 사적이든 공적이든 사람들의 관계를 약자에 대한 강자의 지배로 이해한다. 시장질서의 인간관계를 지배관계로 이해하면 계약·합의의 자발적 성격과 권력의 해체·남용을 막는 경쟁의 역할을 알 수 없다. 원치 않는 계약은 아무도 강요할 수 없는 게 시장이 아니던가. 저질 상품을 비싸게 파는 기업을 도태시키는 등 경제력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것도 경쟁이다.

 

공화주의의 치명적 오류는 공공정책에도 깔려있다. 공화국의 과제는 '지배로부터 자유'를 확립·보존하는데 있다. 강자의 힘을 약화시키고 약자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 공화의 정책기조다. 예를 들면 대기업은 시장을, 자본은 노동을 지배한다는 이유에서 대기업은 규제하고 노동자는 보호·지원하면 자유가 개선된다고 한다. 공화주의가 자본주의를 두려워하는 것도 이 체제가 부와 권력의 불평등을 초래하여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자유를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강력한 재분배 정책이 공화주의 정책의 핵심이 된 이유다.

 

재산의 불평등은 다른 한편 정치적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의 불평등과 이에 따른 정치적 권력의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것이 공화주의가 우려하는 사항이다. 정치적 권력이 불평등하면 가진 자들에 유리한 방향으로 국가권력이 행사하게 되어 지배로부터의 자유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이다. 자유의 향상을 위해서는 재분배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화주의의 인식이다.

 

 

그러나 부자의 경제력을 정치적 영향과 결부시키는 것은 성급하다. 국가의 경제간섭이 많을수록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욕구가 강력하게 작용한다. 정경유착은 부의 불평등의 산물이 아니라 국가개입의 산물이다. 정경유착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을 헌법을 통해서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국가권력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헌법주의를 자유주의자들이 중시하는 이유다.

 

공화주의에게 정치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집단적인 성찰과 숙의를 통해서 정치적 문제와 그 해결책을 찾는다. 공화주의가 숙의민주주의(<민경국의 말과 사상> 10회 참조)를 중시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들이 지닌 다양한 지식이 분산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해결책과 관련된 개인들의 지식은 집단적 성찰과 숙의 보다는 개인들이 제각각 상이한 견해나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자유가 확립된 사적 영역이 있을 때 가장 잘 분산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나 아이디어를 말 할 수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그들이 자신들의 견해와 아이디어에 따라서 행동할 영역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말할 권리가 아니라 행동할 자유다. 이것이 공화주의를 비롯하여 숙의정치를 중시하는 모든 패러다임이 염두에 두어야 할 엄연한 사실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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