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후원안내

[민경국의 경제철학이야기] (6) 뵘바베르크의 사상 : 부르주아 자본론의 개척자

URL복사

 

 

누구나 이자를 말한다. 왜 이자가 생겨날까? 이자가 착취의 산물인가? 금융을 이용하는 대가인가? 경제학계의 일각의 주장처럼 저축이 투자보다 너무 많기 때문에 등장하는 현상이라는 마이너스 금리가 도대체 있을 수 있는가? 경제사상사를 보면 이런 문제가 경제학의 초미의 이슈였다.

이자현상을 가장 설득력이 있고 체계적으로 설명한 인물이 오스트리아 출신 정치경제학자 오이겐 뵘바베르크(Eugen von Böhm-Bawerk: 1851~1914)다. 그가 이자현상을 중심으로 자본론을 개발했던 시대적 배경은 마르크스의 사상이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시기였다. 그 사상은 이윤과 이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등 자본주의는 착취로 점철된 부정한 사회라는 논리였다.

 

마이너스 이자는 존재할 수 없다

 

아버지가 고위 공무원이었던 가정의 막내아들로 태어난 뵘바베르크는 원래 법학을 전공했지만 그의 스승의 말을 듣고는 법학을 접고 독학으로 경제학에 입문했다. 그의 탁월한 업적은 이자란 시간선호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라는 발견이었다. 시간선호란 인간들이 동일한 품질의 자동차라고 해도 장래에 갖게 될 자동차보다 지금 갖는 자동차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처럼 현재재화를 미래재화보다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포기하려면 그 평가차이에 해당되는 프리미엄이 부여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이자라는 것이다. 이자가 결코 음이 아닌 양의 값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재화를 미래재화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의 사고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강제가 없는 한 마이너스 이자는 결코 존재할 수 없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최근 스위스(-0.75%), 덴마크(-0.75%), 스웨덴(-0.35%) 등의 마이너스 금리는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에 의한 것이다.

 

 

이자는 돈의 가격이 아닌 시간의 가격

 

그리고 이자는 돈의 가격이 아니라 시간의 가격이라는 게 뵘바베르크의 빼어난 인식이다. 이자를 금융투자에 대한 수익, 자본재 사용에서 생기는 소득이라는 전통적인 시각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은 이자지불을 위한 기금일 뿐이라는 게 그의 통찰이다.

 

이자의 존재이유가 시간선호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자를 착취라고 말하는 것도 당치도 않다고 뵘바베르크는 주장한다. 이자는 자본주의에서만 등장하는 역사적 법적 범주도 아니라는 그의 주장도 흥미롭다. 이자현상은 현재와 미래를 상이하게 평가하는 곳이면 어디서나 등장하는, 그래서 체제와 무관한 현상이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소비 아닌 저축이 애국

 

이자의 존재 때문에 자본이 형성되고 장차 더 많은 소비를 보장하는 우회생산도 가능하다는 게 뵘바베르크의 설명이다. 우회생산이란 직접 창이나 손으로 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그물과 카누를 만들어 고기를 잡는 것을 말한다. 창이나 손보다는 그물과 카누로 물고기를 잡을 때 훨씬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그물과 카누보다 그물과 통통배를 이용하는 것이 물고기 수확이 더 클 것이다. 이것이 우회생산의 효과다. 그물, 카누 등은 생산재 또는 자본재다.

 

그런데 그물과 카누를 또는 그물과 통통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런 자본재를 만드는 시간에는 직접 고기를 잡을 수도 없다. 그물과 카누를 만드는 기간 동안 먹고 살아갈 물고기가 필요한 이유다. 이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손과 창으로 잡은 물고기 중 일부를 먹지 않고 저축해야 한다. 자본재 생산을 위한 시간투입을 가능하게 하는 게 저축과 이자다.

 

 

뵘바베르크가 주목한 건 소득의 일부를 저축하는 사회이다. 저축이야말로 자본축적과 우회생산을 가능하게 하기에 저축은 미래소비의 증대 즉 경제적 번영의 열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당시에는 소비가 생산을 위한 불가분의 조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저축은 일반적인 구매력의 감소일 뿐이고 그래서 생산의 위축을 초래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산의 원천은 저축이라는 말로 뵘바베르크는 그런 인식도 틀렸다고 일축한다. 그의 자본론에 비추어 본다면 소득의 증가로 소비가 증대하고 이는 결국 투자의 증가와 성장을 불러온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도 틀렸다.

 

따라서 '소비가 애국'이라는 이유에서 소비를 조장하고 저축이 없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다리, 새로운 수도관을 마련할 수도 없고 원자재·신소재 개발, 철강·기초과학 등 자본재 생산에 투자할 여력도 없다. 이런 사회는 번영 없는 정체된 사회가 된다.

 

자본은 노동의 적이 아닌 친구

 

그런 자본론의 시각에서 뵘바베르크가 우려한 건 소비성 공공부채다. 소비가 중요하다는 이유에서 정부가 빚을 얻어 정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은 금융시장의 위축을 초래하여 번영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의 시각은 문재인 정부의 빚잔치에도 적용될 수 있다. 즉, 재난지원금, 공무원 수 늘리기, 의료복지, 아동수당 등 문재인 정부의 나누어 먹기 빚잔치는 자본재 생산에 투입될 자원을 소비재 생산부문으로 이동시켜 자본잠식을 야기한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자본이라는 게 뵘바베르크의 인식이다. 슘페터가 그를 '부르주아 마르크스'라고 불렀던 것도 그가 마르크스처럼 자본을 분석의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본을 노동의 적(敵)이 아닌 친구요, 모든 계층의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보편적 번영의 열쇠라고 주장한다.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자본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의 분업과 근면이 아니라 절약과 저축, 자본재투자가 번영의 열쇠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와 같이 뵘바베르크는 자본과 이자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현실 적합한 경제성장이론을 독창적으로 개발하여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 탁월한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뵘바베르크 사상의 힘

 

뵘바베르크는 독보적인 자본론을 기초로 하여 마르크스 사상을 최초로 정면으로 비판했다. 기업들이 마르크스를 추종하는 젊은이들을 채용하기를 꺼려한 것도 그의 객관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마르크스 비판의 힘 때문이었다. 1929년 세계대공황을 유력하게 설명한 자유주의정치경제학의 거성 미제스와 하이에크가 경기변동이론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뵘바베르크의 자본론의 힘 때문이었다.

 

뵘바베르크는 세 번이나 재무부 장관이 되어 생산에 부담이 되는 조세를 개혁하고 금본위제를 도입하며 정부부채를 줄이는 데에도 정치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유로화에 통합될 때까지 오스트리아의 100실링 지폐에 그의 사진이 실린 것도 금융과 통화부분에서 그의 영향이 얼마나 컸던가를 말해준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추천 비추천
추천
2명
100%
비추천
0명
0%

총 2명 참여

관련기사

25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정치

더보기
문 대통령 “차원이 다른 고비…일상회복 2단계 유보·4주간 특별대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일상 회복 2단계 전환을 유보하면서, 앞으로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의 코로나 확산세와 관련해 '정부와 국민, 의료진이 힘을 모아 위기라고 할 수 있는 고비들을 여러 차례 넘어왔지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면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실패로 돌아가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면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위기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큰 경각심과 단합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 확진자 수가 6주 연속 증가하면서 누적 확진자 수가 2억 6000만 명에 이르고,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욱 높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생해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그에 따라 봉쇄로 되돌아가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상황도 엄중하다.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모두 증가하고 병상 여력이 빠듯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 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국제

더보기

경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