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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말과 사상] (7) 기회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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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 한다는 요구는 원래 누구든 공무원에 임명될 수 있는 기회 또는 국가시설을 이용할 기회를 똑같이 부여해야 한다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정치적 요구였다. 그런 기회는 사실상 귀족 계급이 독점하고 있었고 오로지 귀족 계급의 자녀에게만 세습되었다. 평민이나 하인에게는 넘볼 수 없는 게 벼슬길이었다. 양반과 상민 구분 없이 누구나 능력이 있으면 벼슬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자유주의가 요구했던 것은 출발선을 똑같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유감스럽게도 그 개념은 국가영역을 넘어서 사적 사회로까지 확대·적용되면서 원래의 기회균등을 왜곡하기 시작하여 오늘날에는 개인의 출발선을 똑같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 의미의 기회균등은 자유로운 시장질서에 호감을 지닌 보수파뿐만 아니라 칼 포퍼, 존 롤스, 로널드 드워킨 등 반(反) 시장적 철학자들로부터도 갈채와 지지를 받고 있다. 사회주의 프레임에 걸린 보수파는 결과 평등은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반(反) 시장론자들은 개인의 자유는 기회의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이유에서 기회의 평등을 주장한다. 한국 헌법전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출발선을 똑같게 만드는 것, 즉 기회의 평등을 사회정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목소리는 우리는 어떤 스냅 사진처럼 정지된 상태에서 살고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삶은 늘 여행 중이듯이 지속적인 과정이다. 출발선이란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 만약 현재를 출발선으로 만든다면 어느 한 사람의 현재 위치는 항상 과거의 노력과 통찰의 결과이자 동시에 과거의 일련의 사건들의 결과다. 따라서 사람들의 장래 기회를 평준화하려면 지금까지 오기 전에 그들이 습득했던 이점들을 전부 박탈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부는 사람들이 각자 가진 고유한 유전적 구조와 그들이 처한 환경을 통제해야 할 것이고, 또한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 등가의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은 다시 말하면 정부가 한 사람 한 사람의 후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통제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기회균등이라는 구호가 일견 제아무리 매혹적으로 들린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꿈같은 이념이 되고, 구체적으로 이를 실현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일종의 악몽을 초래하기 쉽다. 모든 사람의 기회를 똑같이 만드는 것은 목적이 될 수 없는 이유다. 하이에크가 말했듯이, 좋은 사회는 무작위로 선택된 사람의 기회가 될 수 있는 대로 크게 향상하는 것을 보장하는 사회다.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그런 사회다. 

 

그런 사회는 인간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법 앞의 평등에 의해 보장된다. 이런 평등이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서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평등개념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에 저촉된 전형적인 예가 로스쿨이다.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설을 꿈 같은 옛이야기로 만든 게 로스쿨 제도다. 부모의 사회적 위치 좌우되는 편법적인 스펙 제도도 그런 정의의 원칙과 저촉된다. 이런 제도들은 과거 봉건적 신분 사회로 가는 길이다. 정부가 기회 평등의 실현이라는 미명으로 교육에 개입하는 것도 문제다. 개입할수록 그런 정책으로부터 입는 피해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은 부(富)의 함수라는 것, 그래서 불평등이 심화한다는, 그래서 출발점의 평등 대신에 법 앞의 평등이 사람 하나하나의 기회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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