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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국의 경제철학이야기] (5) 헨리 조지: 토지사회주의의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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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에서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헌까지 언급했다. "토지공개념을 빠르게 정착시켜 부동산이나 투기 개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면서 19세기 말 토지공개념으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던 헨리 조지(Henry George: 1839-1897)를 소환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정치경제학자였던 그는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모순을 토지세로 해결하겠다고 나섰던 인물이다.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선원 생활, 식자공, 인쇄업 등을 전전하며 혼자 경제학을 배운 조지가 신문기자가 되어 현장 취재 때마다 늘 만난 것은, 으리으리한 건물 숲 뒷골목에 늘어선 흉물스런 집들과 부자동네 바로 뒤에 예외 없이 존재한 '달동네' 등이었다. 풍요와 함께 빈곤이 공존하는 현상,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예리한 통찰력을 가진 젊은 조지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마침내 그것이 사회철학의 거대담론으로 평생의 주제가 되었다.

 

성장의 열매를 가로채는 땅 부자

 

조지의 핵심사상은 인구증가와 기술개발로 경제가 번영해도 노동과 자본이 빈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발전의 대부분을 토지소유자가 차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분배를 좌우하는 권력을 지주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를 세계적인 문필가로 만든 책의 제목이 서로 모순되게 들리는 《진보와 빈곤》인 이유다. 토지는 인간 존립에서 필수적이라는 것이 조지의 인식이다. 토지는 인간의 모든 욕구충족을 위한 물자의 창고일 뿐만 아니라 토지 없이는 노동과 자본도 쓸모없고 산업마저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토지권력은 필연적으로 독점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땅 부자는 성장의 결실을 가로채기에 경제가 발전할수록 지주는 부자가 되고 자본과 노동은 가난해진다고 한다.

 

 

지주의 소득 자체는 본질적으로 불로소득이라고 한다. 토지는 사람이 생산한 것도 아니고 또 토지 가치는 주로 토지소유자의 노력과 기여와는 무관한 요인, 즉 토지의 자연적 형질과 환경, 즉 입지가치, 사회경제적 변화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유에서다. 토지에서 생겨나는 소득은 불로소득이기에 전부 환수해서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게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그가 제안한 것이 그런 소득(지대)에 대한 100% 과세다. 토지세는 '자연이 공짜로 준 기회의 독점'을 없애서 부와 권력의 부자연스런 불평등을 해소하고 고질적인 빈곤을 퇴치하므로 그것은 가장 정의로운 조세라는 것이 조지의 설명이다.

 

인위적 개선을 위한 가치증식과 그런 노력이 없이 생겨난 가치증식을 구분할 수 있다면 불로소득에 과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에 이를 100% 과세한다면 어떻게 될까? 토지가치에 대한 그의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 토지의 자연적 형질 등, 토지가치를 결정하는 그 요인들은 물리적 현상일 뿐, 마치 자연석(自然石)처럼 아무런 가치가 없다. 토지가치는 토지의 용도(농업·건축·공장용 등)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용도는 주어진 게 아니라 기업가적 선견지명을 통해 비로소 발견·창조한 결과다. 그런 발견이 없으면 토지는 한낱 물리적 현상일 뿐이다. 자연석이 값진 물건이라는 사실의 발견이 없으면 그것은 무용지물인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지대는 불로소득이 아니라 기업가적 발견의 정당한 대가다. 보석을 팔아서 얻은 소득이 결코 불로소득이 아니듯이 말이다. 김연아 선수가 '은반의 여왕'이 된 것은 타고난 재주의 용도에 대한 기업가적 발견의 덕택이다.

 

 

토지가치를 전부 조세로 흡수한다면 용도의 발견과정과 용도에 따른 토지배분을 위한 가격체계가 없어진다. 수석(水石)경매시장이나 은반의 경기시장이 존립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러면 정부가 토지시장을 대신해야 한다. 이는 토지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다. 그의 토지사상의 치명적 결함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기업가적 발견을 도외시했다는 점이다.

 

토지세를 제외한 모든 조세의 철폐

 

조지는 토지에 대해서만 전적으로 사회주의자였고 그 이외에는 철저한 자유주의자였다. 자유무역과 경제자유를 강조했다. 토지세 이외에는 모든 조세의 철폐를 주장했다. 임금에 대한 조세는 노동의욕을, 자본과 이윤에 대한 조세는 기업 활동을 위축한다고 주장했다. 토지를 골고루 나누는 것은 규모의 경제가 주는 장점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토지의 재분배도 강력히 반대했다.

 

조지는 정부규제도 반대했다. 관료가 모든 사람들의 경제적 위치를 정하면 통제경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규제는 관료권력의 비대화와 온갖 뇌물과 거짓을 부른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주의도 반대했다. 비효율성 때문만이 아니라 자유의 침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조지의 자유주의 사상은 큰 반향이 없었다.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던 것은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매혹적인 표현, 지주에 대한 실감 나는 비판, 징벌적 토지세였다. 가난을 없애고 혼잡한 도시생활의 비참함, 실업과 좌절감을 분쇄하겠다는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토지공개념 입법에 결정적 영향

 

조지의 토지사상은 19세기 말 영국의 페비언 사회주의 운동과 미국의 '진보주의' 운동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조지의 장례식 참석자 수가 10만 명이 넘었다는 것, 그의 저서《진보와 빈곤》이 200만 부가 팔렸다는 것도 그의 토지사상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던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명치유신의 일본에서는 1890년대 극심한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의 책이 번역되었고 이는 토지세제 정비운동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조지의 사상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1980년대 후반 개발이익 환수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2000년대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일부 정책 참모들이 주장한 토지공개념은 조지의 사상의 영향이 아닐 수 없다.

 

 

조지의 토지세에 대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논평도 흥미롭다. 밀턴 프리드먼은 순수토지세야말로 가장 덜 나쁜 조세라고 했다. 뷰캐넌은 토지를 생산적 이용에서 사적인 비생산적 이용으로 전환하는 토지소유자에게 중과세할 것을 요구한다. 하이에크는 입지가치와 인위적 개선을 통한 토지가치의 증가를 구별할 수 있다면 토지세 도입 주장은 매우 큰 호소력이 있다고 말한다.

 

 

(더워드뉴스(THE WORD NEWS) = 민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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